추석에 대한 단상

오랜만에 부모님댁에 와서 호강하면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중이다.
엄마 전 부치시는 거 잠깐 도와드리고, 아이팟 터치 케이스 만들고 (집에 돌아가면 포스팅 예정 ^^ 아~ 푸듯) 재미있는 텔레비젼 프로그램 보고~ 모처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바쁘게 스케쥴대로 움직이며 살던 생활에서 벗어나니 여유롭고 평화스럽다.

잘 가는 사이트의 게시판을 보니 여느 명절 때처럼 여기저기서 우리나라 며느님들의 하소연이 댓글에 댓글로 줄이 이어지고 있다. 내 친구들 중에도 물론 결혼한 아이들이 있지만, 솔직히 명절이라고 그렇게 스트레스 받는 것 같진 않다. 물론 결혼 30년차 베테랑 주부인 우리 엄마도 30년 동안 명절이라고 힘들다, 괴롭다 이런 말씀하시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. 차례상 혹은 제삿상 차리는 것, 손도 많이 가고 가지수도 많기 때문에 설거지도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조상들 먹인다는 것보다는 가족들 맛있게 몇 끼 먹게 해준다고 생각하시고 즐겁게 하시는 것 같다.

그런데, 난 인터넷 상에서 시댁 혹은 명절에 대한 불만으로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그들을 백 번 이해할 수 있다. 솔직히 엄마 차례상 차리실 때 도와드린 적 거의 없고, 다른 딸들처럼 부모님댁에서는 거의 공주대접 받으며 있는 편인데 왜 그들의 불만이 곧 내 삶이라도 되는양 명절의 공포가 엄습하는지 알 수 없다.

물론 결혼을 하면 시댁 식구도 우리 식구가 되는 것이 맞다. 시부모님도 내 부모님이 되는 것이고, 시누이도 도련님도 모두 내 언니, 남동생이 되는 것이다. 그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것이 뭐가 힘드겠는가....싶었다.
어떤 하소연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.

차례 후 식구들과 밥을 먹고 나서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는 당연히 며느리 몫이다. 설거지 하는 동안 등 뒤로 들리는 시댁 식구들끼리 과일 까먹고 텔레비젼 보면서 담소나누는 소리에 눈물이 핑하고 돈다. 며느리가 아니고 몸종같다는 생각이 든다.
차례 전부터 힘들게 장보고, 재료 손질하고 음식 준비하고 바쁘게 보냈을 터. 이 후 설거지 한 번 정도는 해주면서 수고했다는 말이 그렇게 어려울까? 내 가족들에게도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기 힘든데, 몇 십년 동안 남남으로 살았던 며느리에게 너무도 큰 마음의 짐을 지어준다면 그 집안의 평화가 얼마나 유지될 것인가.

명절즈음만 되면 게시판에 전국의 며느리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. 풍성한 추석연휴라고는 하지만, 그 속에서 소외되고 남모를 스트레스로 힘들어하시는 세상의 모든 며느리와 어머니에게 올해만큼은 내 언니, 내 여동생, 우리 누나, 사랑스런 내 딸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도와주면서 다 같이 즐겁게 쉴 수 있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.

축제같은 명절~ 왜 그게 안될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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